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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의 자율주행 전동 킥보드 1세대 ‘루돌프’
만드는 회사
음.. 저는 공유킥보드 자율주행을 개발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에 몰두하고 있는지에 대해 간략히 자기소개를 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으레 하던 말입니다. 이런 말을 하면 항상 사람들은 눈이 땡그래지면서 제게 질문을 하곤 합니다. 엥? 자동차가 아니라 킥보드에 자율주행이라구요?
네! 자동차 말고 킥보드요.
상상도 되지 않으시죠? 길거리에 널부러져 있는 공유 킥보드가 자율주행을 하는 미래세상!
간단히 저와 회사를 소개할게요. 여러분은 혹시 공유 전동 킥보드 회사 디어(deer)를 알고 계신가요? 서울에 사시는 분이라면 건대와 성수동에 포진해 있는 노란색 킥보드를 본 적 있으실거에요. 저는 전국 1만 5천대의 공유킥보드를 운영하고 있는 디어라는 회사에서 자율주행 엔지니어로 1년 6개월간 일하고 있는 3학년 모지리 대학생입니다.
모빌리티를 사랑하는 천진난만한 대학생이기 때문에 회사가 풀고 싶어하는 문제가 곧 제가 풀고 싶어하는 문제랍니다. 그래서 이 글은 우리 부모님께서 궁금해하시는.. ‘넌 그거 왜 하겠다고 자빠져 있는거니?’ 질문에 대한 응답이 되기도 하고, 공유 킥보드 회사에 다니는 내가 자율주행을 개발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공유 킥보드 회사가 자율주행을 개발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면 도대체 글쓴이와 회사가 왜 킥보드를 자율주행 시키고 싶어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거에요.
(또 그 질문인가...) 사람 안 태울거야.
가장 먼저 알아야 할 내용이자 가장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는 내용입니다. 먼저 짚고 넘어갈게요. 사람을 태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정확히는 사람이 타고 있는 킥보드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할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킥보드를 탄채로 핸들을 잠깐 놓는것도 힘들다는 거, 타보신 분들은 다 알잖아요. 킥보드가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고 싶은 것이랍니다.
사람도 안 태울건데, 킥보드가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어서 뭐 하냐구요? 이제 다음 내용을 이해하실 준비가 되신 것 같네요. 자 이제 본격적으로 제가 어떤 문제를 풀고 있었는지 소개할게요!
공유 킥보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이동 문제를 해결해 주었어요. 특히, 교통체증이 심하고 골목이 많은 서울과 대중교통 이용이 매우 불편한 지방에서는 킥보드는 새로운 교통수단이 되었어요.
하지만 킥보드를 사랑하고 자주 이용하는 저는 물론, 디어 회사 사람들도 킥보드가 만드는 사회 문제에 대해서 크게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려고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킥보드가 만드는 사회 문제는 무엇이고, 이를 자율주행이라는 기술을 통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도시의 쓰레기가 되기 싫어요
전동 킥보드는 틀림없이 도시의 흉물이에요. 우리도 인정!
킥보드 방치 문제
공유 킥보드는 아무데나 방치돼 통행에 불편을 줍니다. 바퀴 두 개와 킥스탠드 하나로 기우뚱하게 서 있는 킥보드는 넘어지기도 굉장히 쉽습니다. 바람이 세게 불거나 지나가던 사람이 툭 치고 지나가도 넘어지기 십상입니다.
이런 일을 예상하지 못하고 사업을 벌인 공유 킥보드 회사의 잘못일까요? 아니면 다음 사람과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고 잘못된 곳에 주차한 이용자의 도덕성 문제일까요? 누가 더 잘못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디어는 이것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aside> 💡 킥보드를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장소로 옮겨 예쁘게 정리해 주고 싶어요. 못생긴 위치에 정차되어 있는 킥보드를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스스로 움직이게 할 거에요.
</aside>
시각장애인 인권을 보호해요
사람이 세상 모든것을 신경쓰면서 살아갈 수는 없잖아. 차를 타고 가더라도 나도 모르게 불법주차를 하기도 하잖아. 깜빡하고 점자블럭 위에 주차할 수도 있지. 근데 그 잘잘못을 떠나서 잘못 주차된 킥보드에 걸려 넘어지는 시각장애인에겐 삶이 무너지는 허무한 경험 아닐까?
지하철역 근처, 점자블럭 위에 놓인 공유 전동 킥보드
시각장애인들은 보행 시 점자블럭에 매우 크게 의존합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요. 여기서 잠깐 TMI. 많은 지자체에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조례상 점자블럭을 설치해야 하는 도보에 점자블럭을 설치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점점 없어지고 있는 점자블럭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점자블럭 위에 킥보드까지 올라서서 그들의 이동을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이 문제를 꼭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aside> 💡 점자블럭을 밟고 있는 킥보드를 시각장애인의 이동에 피해가 가지 않는 장소로 옮겨놓고 싶어요. 마찬가지로 잘못 정차된 킥보드를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스스로 움직이게 할 거에요.
</aside>
<aside> ❓
안전 문제가 빠졌는데요? 전동 킥보드가 진짜 자전거보다 위험할까요? 타보면 자전거랑 위험수준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오히려 1년에 사고가 1만 5천번 발생하는 자전거에 비해, 1년에 200건도 발생하지 않아 사고량이 자전거보다 낮습니다. 이용 당 비율로 따져 보아도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 사고율은 0.0028%, 공유 전동킥보드 사고율은 0.0026%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자전거보다 위험하다고 여겨지고, 법적으로 더 엄격한 안전기준(안전모, 운전면허 등) 이 적용되는 이유는 단지 새로운 것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필자는 생각해요.
</aside>
글의 앞선 부분에서는 공유 킥보드 서비스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사회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디어라는 회사와 자율주행팀은 당연히 사회적인 가치만을 바라보고 이 일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기술을 통해 해결해줄 수 있는 고객의 불편은 무엇이고, 기술이 불편을 겪는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공유 킥보드 서비스를 이용해 주시는 분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불편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볼거에요.
킥보드가 너무 비싸요
킥보드 탈바엔 차라리 뜨끈~한 버스 지하철 택시를 타지!
8분 탔는데 2000원..?!
고객들 입장에서 킥보드 이용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입니다. 저도 킥보드를 타기 전에 항상 고민을 합니다. 가격이 훨씬 저렴한 대중교통을 타버릴까? (혹여 친구 한두명과 함께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얘내랑 같이 택시를 잡아버릴까? 만약 대중교통보다도 싼 가격인 500원만 내고도 10분 내내 킥보드를 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가격을 낮출 수 없는 것은 운영 비용 때문입니다. 일단 이용자가 반납한 곳에 직접 사람이 찾아가야 합니다. 일일히 찾아가서 배터리를 갈아 주어야 하고, 많이 탑승된 킥보드는 수거해서 정비해 주어야 하고, 잘못된 지역에 배치된 킥보드를 수거해 주어야 하기도 합니다. 하루에도 공유킥보드의 주차 문제와 관련된 민원이 쏟아져 들어오거든요. 😭
타고 싶은 장소에 없어요
건대입구 근처 미싱콜 시각화
공유킥보드 서비스들은 전부 다 도크리스(dockless) 서비스입니다. 서울의 많은 공공 자전거 서비스들과 다르게 대여 장소와 반납 장소가 정해져있지 않은 서비스를 도크리스 서비스라고 불러요. 공유킥보드를 타고 여러분 집의 1층 대문 앞까지 갈 수 있었던 이유도, 도크리스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타는 곳과 반납하는곳이 정해져있지 않다면, 고객이 킥보드를 이용하고 싶을 때마다 킥보드가 근처에 있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고객이 디어를 이용하고 싶어서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했는데, 실제 킥보드 이용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 근처에 킥보드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요? 디어에서는 이를 ‘미싱콜’(missing call) 이라고 부릅니다.
최근까지 많은 공유 킥보드 회사들은 킥보드의 밀도를 높여서 미싱콜을 줄여 보고자 했습니다. 킥보드가 많으면 고객이 찾는 곳에 킥보드가 있을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킥보드가 도시의 흉물이라고 여겨질 미래에도 그렇게 전략을 취할 수 있을까요?
<aside> 💡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 수요가 예상되는 지역으로 공유 킥보드들이 스스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그것이 도리크스 서비스의 장점이기 때문이에요.
</aside>
편하게 반납할 수 없어요
붉은색 반납금지구역에 반납하는 경우 이용자는 추가요금을 납부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공유 킥보드 서비스는 도크리스 서비스입니다. 정해진 반납 구역이 정해져있지 않지만, 당연히 도로 위에 주차해서도 안 되고, 자전거 출입이 금지된 도로에 주차해도 안 되겠지요. 디어에서는 위 사진처럼 아파트 주민들에게 민원이 자주 접수되는 아파트 단지 내 주차도 통제하고 있답니다.
글의 상단에 주차와 관련된 사회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어요. 몇몇 지자체에서는 잘못된 위치에 주차된 킥보드를 견인하여 사회 문제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회사에서도 사회 문제들을 조금이라도 덜어 보기 위해, 아파트 단지나 지하철역 근처, 횡단보도 앞 등에 반납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반납할 수 없는 곳이 많아질수록 불편해지는 것은 이용자의 몫입니다. 단지 입구에서 멀찍이 떨어진 아파트 맨 끝 동에 사는 제 친구의 비애를 들려줄게요. 동네에 킥보드 서비스가 생겨서 킥보드를 타고 아파트 단지 내에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서 너무 편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 단지 전체가 반납 금지구역이 되어 버려서, 지금은 너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aside> 💡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 킥보드들이 사람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민원발생 구역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어요. 반납 금지 구역에 자유롭게 반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기 때문이에요.
</aside>
글을 쓰는 데 반영된 생각들과 경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