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성장을 촉진하는 성장호르몬제를 개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자. 끊임없는 연구 끝에 지금껏 시장에 나와 있는 성장호르몬제의 부작용들을 모두 제거한 획기적 성장호르몬제를 개발하는 일에 성공했다. 본격적인 대량생산에 앞서 초기자금을 모으기 위해 투자자들 앞에 섰다. 이 성장호르몬제가 실제로 잘 팔릴 것이라는 점을 투자자에게 잘 어필해야 한다. 어떤 것이 더 설득력있을까?
당연히 두 번째가 훨씬 설득력있다. 투자자들이 시장의 크기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이것이다(참고1). 이는 투자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아이디어를 시장에 내놓을 때에도 우리가 접근하고자 하는 시장이 무엇인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시장 분석 결과가 옳다 그르다를 떠나, 사람들이 이러한 것을 얼마나 원하는지, 이 갈망과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어느 정도인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일 뿐더러, 프로토타입-테스팅 단계에서 검증할 가설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성장호르몬제를 내놓는다고 한들, 지금 내가 내놓으려는 제품보다 구린 성장호르몬제를 이미 구입해서 시장 규모에 잡히는 사람 이상 우리의 고객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지 마라. 물론 성장호르몬제에 관심이 없었던 누군가는 지금보다 좋은 성장호르몬제가 나타났을 때 관심을 가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어떠한 제품이든 구매해서 사용할 예정이던 사람들에 비하면 그 수가 미미할 것이다.
퍼스널모빌리티 애프터마켓 플랫폼을 만들어 전동킥보드가 AS를 쉽게 받을 수 있게 만든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퍼스널모빌리티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까지 퍼스널모빌리티를 구매하게 만드는 일은 어렵다. 물론 전기차는 충전소가 보급되면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전자제품의 AS센터가 많이 생기면 해당 전자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하지만 그것이 퍼스널모빌리티에 똑같이 적용되리라는 보장은 없고, 스타트업이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으며, 이미 퍼스널모빌리티를 구매해서 이용 중인 사람들에 비하면 그 수가 미미할 것이다.
[2021 세종대 캠퍼스타운 스타트업 CEO] “전동킥보드 고장 났을 때 실시간으로 인근 A/S업체에서 수리 견적 받을 수 있어요” 스르릉
내가 빌딩한 팀 ‘스르릉’ 에서 우리가 시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우리는 항상 ‘시장이 작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때마다 우리는 항상 ‘시장은 빠르게 크고 있다. 우리가 크면 그 속도가 더 촉진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반쯤만 맞는 말이다. 우리가 시장을 키워 나가겠다는 의지는 추진력을 주지만 스타트업에게 현실적이지 않다.
1인용 칵테일 키트를 개발하여 누구나 쉽게 혼술이 가능하도록 만든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혼술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까지 칵테일 키트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일은 어렵다. 물론 몇몇은 칵테일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먹고 싶었는데 그런 제품이 없어서 그냥 혼술을 포기하고 지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어떠한 방법으로든 혼술을 즐기고 있었던 사람들에 비하면 그 수가 미미할 것이다.
[2021 세종대 캠퍼스타운 스타트업 CEO] “주문 당일 수령 가능, 어울리는 음악도 선곡 해주고”…칵테일 키트 스마트 오더 서비스 ‘헬로콕’
‘헬로콕’ 에서 공동창업자로 일하며 없는 시장을 정의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물론 IR 자료에는 그럴듯하게 포장이 되었지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고 시장을 개척해야겠다는 마인드로 일했다. 마찬가지로 추진력을 받았지만 구매의사가 있는 고객을 찾아내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클라우드 프린팅 솔루션으로 아무리 프린팅이 쉬워진다고 하더라도 프린팅을 하지 않을 사람까지 프린팅을 하도록 만들수는 없다. 물론 몇몇은 프린팅을 하고 싶은데 귀찮아서 미루고 있다가 서비스의 등장을 보고 하게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기존의 프린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그 수가 미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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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학교 캠퍼스타운 옆가게(?) ‘보바’. 물론 여기의 임원들은 시장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저 스타트업의 창업자라면, ‘사람들이 우리 서비스 때문에 하지 않을 인쇄까지 하지 않을까?’ 라는 등 행복회로를 돌렸을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제3자의 관점에서 ‘보바’를 평가할 때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지금보다 더 어렸던 나는 이 실수를 그대로 저질렀던 것이 아닐까.
parse me : 언젠가 이 글에 쓰이면 좋을 것 같은 재료들.
None
from : 과거의 어떤 생각이 이 생각을 만들었는가?
supplementary : 어떤 새로운 생각이 이 문서에 작성된 생각을 뒷받침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