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콕 팀원들이 피터지게 싸워서 조금이라도 빨리 논알콜키트로 선회하면 어땠을까, 디어 자율주행팀이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문제를 다시 정의하면 어땠을까. 이러한 질문은 피벗이 늦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한편 헬로콕이 주류시장을 어떻게든 뚫어내려고 미친듯이 발버둥쳤으면 지금은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디어가 자율주행 단계를 한단계 한단계 높여 나가고 있으면 지금은 어디까지 발전했을까. 이러한 질문은 중도 포기에 대한 아쉬움이다.

이 아쉬움들을 거울삼아 SOLVIT이나 CREW가 걸어온 1년을 비춰 보자. SOLVIT에 있어 가장 많이 논의된 주제도 ‘잘 안되는 것 같으면 빠르게 발을 빼야지’(a.k.a. 린 스타트업 정신)라는 생각과 ‘플라이휠을 돌리려면 한 방향으로 꾸준히 밀어야지’(a.k.a. 플라이휠 효과)라는 생각 사이의 갈등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갈등을 마음에 품고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 결과 CREW는 어쨌든 하나의 프로덕트를 낳았고, SOLVIT은 어쨌든 많은 구독자를 얻었다. CREW의 철학이든, SOLVIT의 컨셉이든 더 정교해질 여지는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고민과 액션 둘 모두를 미루지 않고 격렬히 논쟁하며 플라이휠을 밀었다. 《좋은 기업을 넘어 훌륭한 기업으로》에서 위대한 기업에 선정된 뉴코어 경영진은 인터뷰에서 이와 같이 이야기했다.

282p, (뉴코어) 우리는 ‘이것이야말로 한시도 잊지 말고 지향할 바’라는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 그것은 낯 붉히는 수많은 논쟁과 싸움을 거치며 진화했다. 뒤를 돌아보며 ‘우리는 스스로 무엇이 되려는지 결정하기 위해 그렇게 싸우고 있었구나’ 하고 말하게 될 때까지는, 우리가 무엇 때문에 싸우고 있었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것 같다.(ref1)

어떤 프로덕트를 발전시켜 나가든 크고작은 결정들을 지난다. 헬로콕, 디어, CREW, SOLVIT 까지, 내가 뛰어들었던 일에 있었던 의사결정들을 돌이켜보면 어떤 결정은 적은 시간을 쏟았음에도 정말 임팩트가 큰 좋은 결정이었고, 어떤 결정은 정말 많은 고민을 했음에도 오늘날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같은 결정이었다. 그래서인지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에 묶여버리곤 하는 것 같다. 어떤 결정이 임팩트가 컸는지 작았는지는 결과와 함께 뒤를 돌아볼 때가 되어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해석해 보는 것은 어떨까. 피벗이 늦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든 중도 포기에 대한 아쉬움이든 그냥 실패했을 때 생겨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임팩트 큰 결정을 하기 위함이라는 이유로 공장의 전원을 내린 상황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하다(ref5:핑계를 대지 말라는 내용 발췌). 앞에서 언급했듯, 방향성 또는 컨셉이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 중요해서 깊이 고민해야 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잠시 숨을 고르고 주위를 살피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엄청난 생각의 돌파를 기획하고 모든 행동이 멈추는 것은 생각을 핑계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과 매한가지일지 모른다. 단 한 차례의 기적의 순간은 찾는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293p, 비교 기업들은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아내서는 단순하게 그 일을 해나가는 차분하고 신중한 과정을 밟는 대신,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목적으로 요란한 팡파르를 울리고 법석을 떨어대며 새로운 프로그램을 발진시켰다가는 프로그램이 지속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을 거듭 확인 … 그들은 … 단 한 차례의 결정적인 행동, 원대한 프로그램, … 기적의 순간을 찾았다. 그들은 플라이휠을 한 방향으로 밀다가 멈추고, 새로운 방향으로 밀고, 그러다가 다시 멈추고, 방향을 바꾸어 또 다른 방향으로 밀곤 했다.(ref2)

팀이 가는 길이 옳은 길인가에 대한 의심을 계속하는 일과, 일단 포기하지 말고 지금까지의 생각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결심은 양립가능해 보인다.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하지 않는다.’ 함께 SOLVIT을 만들어가는 팀원이 종종 하곤 했던 말이다. 어느 쪽의 후회도 하지 않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패하지 않는 것 - 정교한 방향성에 대한 고민과 액션의 반복을 SOLVIT의 1년, 커피한잔의 3년(ref3), 질레트의 5년처럼 꾸준히 불태우는 것 - 이다(ref4). 《좋은 기업을 넘어 훌륭한 기업으로》가 우리에게 주는 지혜는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끊임없이 움직이라는 것이다.

193p, … 생각 없이 곧장 고슴도치 콘셉트를 얻으려고 뛰어들다가는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한 이틀 정도 현장을 떠나, 한 뭉치의 차트를 꺼내 놓고 마라톤 토론을 벌여서는 깊은 이해에 도달할 수 없다. … 고슴도치 콘셉트를 얻는 것은 한 판의 대사건이 아니라 본질상 계속 반복되는 과정임을 알라. … 도약한 기업들이 자신의 고슴도치 콘셉트를 명확히 하기까지는 평균 4년이 걸렸다.(ref6)


parse me : 언젠가 이 글에 쓰이면 좋을 것 같은 재료을 보관해 두는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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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 과거의 어떤 원자적 생각이 이 생각을 만들었는지 연결하고 설명합니다.

  1. 5_2_2__1.1_1.1_3. title: 합리주의 성장전략과 컨셉과 브랜딩 기반의 성장전략을 LLM을 이용해 얼라인시킬 수 있다.

supplementary : 어떤 새로운 생각이 이 문서에 작성된 생각을 뒷받침하는지 연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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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osite : 어떤 새로운 생각이 이 문서에 작성된 생각과 대조되는지 연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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