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헬로콕 프로젝트를 할 때,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일에 대해서 종종 회의적인 말을 꺼내는 개발자 누나가 있었다. ‘미래에 이것이 정말 가치있을 것이라는 부분에는 동의하지만, 당장 가치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지당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때 당시에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머릿속에 너무 뚜렷한 그림이 있었던 것 같다. 배달의민족처럼 고객들이 앱으로 상품을 주문하도록 만들어주고 싶다거나, 현대카드처럼 헬로콕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창업 초장부터, 고객 라이프사이클 전체에 담아 영향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식으로 대답했다. ‘누나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런데, 우리 셋 (당시 팀원 넷 중 세명은 당장 눈앞의 일을 처리하고 있었음) 은 급한 일을 하더라도, 미래지향적인 일을 하는 해야 할 것 아니가.’ 누나는 다시 ‘그럼 언제쯤 이 앱이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가?’ 를 물었고, 나는 거기서 ‘이것만 만들면~’ 을 주장했던 것 같다.
예비창업패키지라는 사업 특성상 반드시 앱을 만들어야 한다는 상황을 잠깐 접어 놓더라도, 헬로콕은 충분히 우리의 노동으로 어플리케이션을 대체할 수 있었다(참고1). 앱이 완성되었지만, 실제로 헬로콕은 결국 어플리케이션이 아닌 스마트스토어에서 상품들을 판매하게 되었다. 오히려 내가 근거도 없이 때깔만 좋고 그럴듯한 말을 막 지어낸 것이 아닌가. 물론 창업을 하다 보면 당연히 실수를 하기도 하고, 나의 주장이 명확하여 이쪽으로 밀고 나갔을 때 예기치 못한 긍정적인 반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과연 나의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했던 나는 항상 긍정적인 반응을 만들어냈는가?
확증편향을 경계하자고 했지만(from2) 결국에는 확증편향의 함정에 빠졌던 것이다(from3). 디자인 씽킹(from1)에서 문제를 정의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일로 “깨끗한 눈으로 공감하기(with a fresh set of eyes)” 를 뽑는다(참고2). 디자인씽킹에서 문제정의에 필수적이라고 말하는 공감이 정확히 이 사례에서의 공감과 완벽히 동일하지는 않았겠지만, 공교롭게도 둘 다 공감을 하지 못해서 문제를 올바르게 바라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매한가지다. 누나의 말에 공감하지 못한 동시에 브랜딩에 대한 매몰 때문에 어플리케이션이라는 사업이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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