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텐플러스 PO role을 놓고 세 차례 대화 후 그들이 내린 결론은 “이 비즈니스, 이 R&R이 과연 장후님이 원하시는 것이 맞을까?”에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ref1). 그들은 이 고객·사업·역할을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인지는 의심했다. 잘할 수 있느냐 없느냐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회고하면 나는 한동안 기회를 평가할 때 나의 ‘생존’을 얼마나 높여줄 수 있는가를 따졌다. 나에게 ‘생존’은 상당히 폭넓은 것을 함의하지만, 이번 와이텐플러스 면접에서는 (1) ‘로켓 쏘기’를 할 때, (2) ‘돈이 벌리는 일’을 할 때, (3) ‘훌륭한 팀’에 있을 때 ‘생존’한다고 느낀다는 논리로 구체화했다. 그러나 와이텐플러스 사람들은 내가 생존이라는 키워드에 매몰되어 간과하고 있던 새로운 측면의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어떤 종류의 문제를 어떤 역할로서 풀 때 집요해지는가?

이 질문은 “어떤 종류의 문제를 풀 때 즐거운가” + “어떤 역할로서 문제를 풀 때 잘 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환원할 수 있다.

나는 와이텐플러스와의 대화에서 지나온 프로젝트에 걸쳐 기술과 도메인이 달라지는 과정 속 선명해지는 미시적 욕구에 대해 설명했다. 헬로콕에서부터 브랜드·앱·상품·유통·고객 경험 전체를 온전히 점유하고 싶다는 꿈을 가졌고, 디어에서는 서비스·킥보드 디바이스·관제 시스템을 수직적(Vertical)으로 통합하고, 만들어지는 데이터가 자율주행을 개선하는 구조를 꿈꿨다. 이후 싱크대 프로젝트와 공군 프로젝트에서는 피드백 수집과 재학습의 작은 전체 루프를 실제로 완주했고, 솔브잇에서는 콘텐츠부터 고객 대면 및 FDE role까지 루프를 만들었다. 실제로 나는 얇은 기술 한 조각이나 얇은 계층을 도맡는 서비스보다 고객이 가치를 발견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결과를 얻는 전체 시스템을 더 깊이 꿰어낼 때 더 큰 에너지를 얻으며, 사용자의 데이터가 다음 판단과 운영을 개선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때, 이를 통해 고유한 해자를 가진 서비스가 만들어진다는 상상을 할 때 즐겁다. 커머스, 자율주행, 게임, … 일반적으로 도메인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나는 가지지 못한 듯 보이지만, 사실 내가 즐겁게 해온 일들은 나의 미시적 동기를 자극하는 일들의 부분집합임을 느꼈던 이야기를 풀어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정말 객관적으로, 이 미시적 동기를 쫓는 행적의 대부분은 훌륭한 CTO로서의 자질을 보여줄지는 몰라도 PO로서는, 특히 domain-agnostic PO로서는 반쪽짜리였다. 그 중 일부, 가령 헬로콕처럼 실제로 와이텐플러스 팀원 분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경험처럼, domain-agnostic PO의 자질을 증명할 수 있는 몇몇 경험에서는 끝내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토스의 PO는 어떤 제품과 목표를 선택할지부터 전략, 팀 목표, 제작 과정, 론칭 후 운영·개선·폐기까지 A to Z로 책임지되, 그 범위 자체가 아니라 가장 큰 임팩트를 선택해 끝까지 증명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ref2). 이 관점은 내가 좋아하는 ‘전체 시스템을 온전히 점유하는 일’과 PO의 오너십이 닮았지만 같지는 않음을 드러낸다. 전체 루프를 설계하고 완주한 것은 활동의 범위이고, PO로서의 임팩트는 그 루프로 어떤 사업적 결과를 가장 중요하다고 정했으며 실제로 무엇을 바꾸었는지까지 닫혀야 한다. 따라서 내 경험을 PO의 언어로 설명하려면 ‘무엇을 모두 만들었는가’보다 ‘어떤 결과를 선택했고, 왜 그것이 가장 중요했으며, 어떤 수치와 행동 변화로 증명했는가’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

나머지, 가령, 디어의 데이터 플라이휠 이야기는 사업 로드맵으로 남았던 미완성 프로젝트다. 이후 아쉬움에서 비롯된 기술적 완주도 PO보다는 테크리드에 가깝다. 와이텐플러스 사람들이 보기에도, 그리고 내가 나를 돌아보기에도, 팀을 조직하고, 시스템을 구상하고, 그것을 현실세계로 끌어 보여주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이 소비되었던 것이다. 이것들이 비기술적 비즈니스 임팩트를 고민하고 문제를 정의했던 시간은 아니었다. 반면 스르릉, 헬로콕, 튜닝 모두 시장과 팀의 얼라인이 맞지 않았다. 솔브잇에서는 내가 강의 촬영 후 지쳐 나가떨어지는 등 도메인에 의존적인 모습을 가진 동시에, PO답게 행동하지도 못했고, 이후 튜닝에 시간을 쏟는 등 온전히 몰입하지 못한 채 정체되었다.

나는 ‘어떤 종류의 문제를 풀 때 즐거운가’를 증명하기 위해 ‘타겟 도메인 자체에 대한 관심’이 없으므로 ‘그 도메인의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어떤 미시적 동기를 건드리는가’를 설명한 것은 충분히 잘했다. 하지만 ‘타겟 도메인 자체에 대한 관심’이 애초에 없는 상태에서 와이텐플러스 대표님은 ‘이 사람이 어떤 역할로서 문제를 풀 때 잘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 사람(나)은 domain agnostic한 PO로서 일을 잘 하겠구나’라는 결론이 나길 기대했지만, 나는 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실제로도 그 모습이 부족하여 이러한 결과를 받았을 것으로 사료된다.

면접만 놓고 보면, ‘아, 내가 사고 과정을 정리해 준비해 갔던 디어의 서사 대신, 가장 최근에 많은 시간을 쏟은 튜닝과 솔브잇 이야기를 할걸. 내가 얼마나 머리를 감싸쥐었고,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서 하나하나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 그것을 잘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그것은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 가져서는 안 되는 마인드셋이 아닐까.

생각보다 많은 기본기들을 담금질했다. 문제정의가 중요하다는 것부터 목표와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것, 시장과 고객이 중요하다는 것, 기업가 정신, 미시적 동기와 지속가능성, … 그리고 몰입을 위해 내가 완전히 무관심한 분야보다는 내가 이미 관심이 있을법한 분야를 선택해봐야겠다는 것. 단순히 뇌가 아니라 경험으로 배운 수많은 깨달음을 기반으로 깊이 생각하고 빠르게 행동하여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들어 PO+엔지니어의 원형인 프로덕트 엔지니어가 되어야겠다.

“사실 더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이 비즈니스, 이 R&R이 과연 장후님이 원하시는 것이 맞을까?’에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담백한 피드백을 주신 형균님께 작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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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 메모에 쓰이면 좋을 것 같은 재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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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이 메모에 쓰인 생각을 만든 앞의 생각들입니다. 앞의 생각과 연관관계를 설명합니다.

  1. Autonomous System에 사람을 끼워넣으면 저렴한 비용으로 동일한 임팩트를 낼 수 있다.
  2. ba7.6. title: 행복이 선이라는 테제 위에 쌓아올린 행복 연구들이 오해를 만들었다. 진화, 뇌과학은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면 행복, 긍정적 정서, 쾌락이라는 보상을 얻는다고 해석한다. 생존이란 후대에 유전자를 남기는 일이다. 생존에 도움이 안 된다면 행복이라는 도구는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생존한 사람들의 후예이다. 칼로 찌르고 베는 생존의 위협이 상당히 사라진 21세기에도 우리는 그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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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plementary: 이 메모에 작성된 생각을 뒷받침하는 생각의 새로운 메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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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osite: 이 메모에 작성된 생각과 대조되는 생각의 새로운 메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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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이 메모에 작성된 생각으로부터 발전된 생각의 새로운 메모입니다.

  1. 프로덕트 엔지니어와 FDE는 PO와 엔지니어 사이의 얼라인 비용을 줄이는 대신, 무엇을 성공으로 볼지와 ego를 전환하는 비용을 한 사람 안에 떠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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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생각에 참고한 자료입니다.

  1. 와이텐플러스는 “이 비즈니스와 이 R&R이 너가 원하는 것이 맞을까?”라고 판단했다.
  2. 01:04:12, 토스는 결국 내가 무엇을 하든 가장 임팩트가 큰 것을 하고, 그 임팩트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들의 연속이었다. ... 01:05:17, 단순히 제품적 의사결정뿐 아니라 어떤 제품이 필요하고 어떤 사업적 판단을 할지부터 팀 목표, 제품, 만드는 과정, 론칭 후 운영·개선·폐기까지 모두 PO의 책임과 권한 안에 있었다. </a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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