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나는 자율주행을 위해 주행가능한 영역을 식별하기 위한 segmentation 모델을 학습시켰다. 하지만 추론 결과는 완벽하지 못했다. 이 segmentation 결과물에 100% 의존하여 주행할 수 없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from1).

우리는 국도교통부 지도나 GNSS와 같은 절대적인 정보를 결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 접근 방법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국도교통부 데이터를 이용해 어떤 위치에 어떤 건물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고 해 보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카메라로부터 들어오는 이미지가 국도교통부 데이터상 어떤 건물일지 알 방법이 없다.

나는 이를 이미지와 절대적인 정보를 연결시켜줄 데이터가 다시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랜드마크를 이용해 Visual Localization 같은 문제를 푸는 딥러닝 모델들은 랜드마크를 기준으로 내 위치를 복원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카메라를 통해 얻는 이미지는 네이버 로드맵과 연결되고, 네이버 로드맵은 해당 로드맵이 촬영된 위치의 절대정보(위도, 경도)와 연결된다. 하지만 이것은 딱 봐도 우리 상황에 최적화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첫째, 로드뷰의 데이터셋과 내가 사용하는 카메라의 도메인 차이를 보정하기 어렵다. 자율주행 킥보드에 부착된 카메라들은 약간 고개를 숙여 바닥을 본다는 점도 도메인 차이를 만든다. 심지어 성수동 환경은 재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는 환경이다. 우리 수준으로는 변화하고 업데이트되는 것에 대해서 대응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항상 정지해 있고 감지하기도 쉬운, 신호등과 같은 물체를 기준으로 절대적인 정보와 연결되는 아이디어를 떠올려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에도 문제가 있다. 성수동 골목길에는 신호등이 없다. 인도에도 신호등은 없다. 신호등의 절대위치를 엄밀하게 기록해 둔 공공데이터를 찾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물체들이 가림 현상이 생기기도 쉬웠다. 가림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물체를 떠올려 보더라도, 이를 찾아낼 수 있도록 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는 이미지 데이터셋을 찾기 어려웠다. 이 또한 도메인 차이 ㅜㄴ제를 내포한다.

관심사는 다시 인도로 돌아왔다. 차도에 중앙선을 긋고 흰색 점선을 그어 차선을 만들듯, 도로를 만드는 규칙이 있다면, 인도를 만드는 규칙 또한 존재할 것이다. 우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의 엄격한 관리기준 때문에, 그 위에 킥보드를 두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점자블록의 염격한 기준을 활용가능한 대상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굉장히 재미있었다. 우리는 킥보드를 점자블럭에서 치우고 있었단 말이다. 하지만 이제 점자블럭에 올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점자블럭은 정기적으로 유지보수되며, 파손될 걱정이 없다. 전동킥보드나 장애물뿐 아니라 눈(snow)과 같은 기상 상황에 영향을 받을 일도 적다.

137p, (1) 점자블록은 시공된 후 매 년 정기적으로 점검・보수 되어야한다. (2) 점자블록이 파손 또는 유실 되었을 때에는 즉시 보수 또는 교체되어야한다. (3) 비나 눈 또는 기타 이물질 및 장애물로 덮여있으면 즉시 치워야 한다. (4) 가설 상가 및 기타 가설물로 점자블록의 동선을 방해하는 경우 즉시 시정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ref1)

137p, (13) 선형블록 외곽선으로부터 좌우 최소 60cm에는 어떠한 장애물도 있어서는 아니 된다. 단, 폭이 1.5m 미만인 경우 중앙에 선형블록을 진행방향에 맞게 설치한다.(ref2)

점자블록은 인도의 생김새를 가장 정확히 담고 있다. 점자블럭의 형태가 ‘4방향 꺾임’이라는 것만 성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 킥보드의 카메라에 사거리가 모두 잡힐 필요도, 사거리의 경계를 정확히 검출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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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강력한 제약 조건을 걸고 있지 않은가! 그도 그러한 것이, 어떻게든 눈에 잘 띄고 명시적인 신호를 전달할 목적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노란색을 사용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137p, (4) 분기점이나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굴절지점은 점형블록을 선형블록의 2배 넓이로 하여 확인이 쉽도록 설치해야한다.(ref3)

137p, (15) 횡단보도까지의 올바른 유도를 위해 선형블록의 돌출선이 횡단하는 방향과 일직선이 되도록 설치해야하며, 선형블록은 한줄 설치를 원칙으로 한다.(ref4)

그림(ref5): 점자블럭을 중심으로 근처에 장애물이 존재하지 않을 것을 법적으로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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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블록은 절대 절단되어 있을 수도 없다는 것도 아주 강력한 강점이다. 절단되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점자블록이 많이 보이는 방향으로 조향하는 것도 쉽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을 시작하게 만들었던 맥락 손실 문제를 완벽하게 우회할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다.


parse me : 언젠가 이 글에 쓰이면 좋을 것 같은 재료을 보관해 두는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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