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rule of 40 비즈니스를 구축해 저 개인의 생존가능성을 높이려고 노력 중인 이장후라고 합니다.
때로는 자율주행 전동 킥보드 프로젝트에서 로보틱스 엔지니어로, 때로는 DIY 칵테일 키트라는 아이템의 공동창업자로 일하며 예비창업패키지를 돌리기도 했습니다. 맹윤호 이사님과의 인연으로 오라일리 책 《MLOps 실전 가이드》를 번역해보기도 했고, 짧은 시간 네이버 컴퓨터비전팀에서 인턴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공군에서 의무복무 중입니다. 운 좋게 모니터를 세 대 두고 개발하는데요. 주간에는 군에서 사용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퇴근 후에는 짬을 내어 프로젝트들을 돌려 보고, 유튜브 채널을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습니다. 약 1년 동안 영상 10개 정도를 올렸고, 구독자는 1만 1천 명이 되었습니다. 이 채널을 퍼널로 삼아 첫 기술 강의를 판매했고, 550만 원 이상의 매출을 만들었습니다. 무료로 컨시어지를 제공하며 AX 보조자로서의 기회도 만들어가고 있고, 광고 협찬 기회도 만들고 있습니다. 아직 안정적인 경제 엔진이라고 부르기에는 이르지만, 오디언스를 실제 유료 고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확인했습니다.
‘고슴도치 컨셉트’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제안한 용어로, 30년 이상 존속하는 기업이 가진, 그 기업만이 지속할 수 있고 압도적으로 잘할 수 있는 무언가입니다. 고슴도치 컨셉트는 하드스킬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담배나 초콜릿과 같은 불건전한 제품을 브랜딩해서 판매하는 일’처럼 추상적인 덩어리를 의미할수도 있습니다. 저는 제 개인의 고슴도치 컨셉트를 찾는 중이지만 아직 마땅히 답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여기 구성원 여러분께서는 무엇을 할 때 칭찬을 받고, 내적 동기를 얻으며(지속가능성), 수익을 내나요(경제 엔진)?
자기객관화를 해 보면, 어떤 하드스킬을 놓고 보더라도 저는 특출날 것이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웬만한 사람보다 프로그래밍뿐 아니라 디자인과 마케팅을 바라보는 감각도 좋지만 최고는 아닙니다. 웬만한 사람들보다 빠르게 배우지만 타고난 학습가는 아닙니다. 모든 게 다 2등급짜리라 뭘 하나 뾰족하게 한다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개발, 기획, 브랜딩, 디자인, 마케팅… 뭐 하나 뾰족하게 할 줄 안다고 외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얻어낸 장관상부터 장려상까지 상장 더미를 볼 때면,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에 있어 수많은 시행착오도 있었고, 수많은 시너지를 내기도 했음이 떠오르곤 합니다. 팀원들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호흡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했기에, ‘잘 되는 팀에 대한 감각’을 은연중에 얻었습니다.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하는 과정에서 브랜딩부터 스토리텔링까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멋지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같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덕분에 ‘기술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 감각’을 은연중에 얻었습니다. 프로젝트 실패 속에서 팀과 아이템에 대한 문제정의를 하는 습관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시간 투자와 성과를 추상적으로 돌이켜볼 때 비로소 ‘다른 사람들에게 멋진 결과물을 보여주기까지의 일련의 일을 잘 하고, 좋아할지도 모르겠구나(지속가능성)’를 느끼곤 합니다. 더불어, 이런 하드스킬로 정의하기 어려운 능력들을 조합하여 정말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은 상황일지라도 어떻게든 무언가가 돌아가게 하는 것이 제가 남들에 비해 많이 훈련된 영역이 아닐까 싶긴 합니다. 확실하진 않으나 이것이 제 고슴도치 컨셉트일지 모르기 때문에, 제 문제정의 스토리와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는 유튜브를 지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이것을 수익으로 연결지어 경제 엔진까지 돌리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경제 엔진을 만들기 위해 몇 가지 시도를 했습니다. 그중에는 실제 고객과 매출을 만든 것도 있었지만, 아직 제가 원하는 형태의 지속 가능한 경제 엔진으로 이어진 것은 없습니다.
먼저 TreeLM이라는 생산성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약 2,500회의 노출에서 유료 구독자 5명을 확보했고, 총 30달러 정도의 매출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만든 제품에 실제로 돈을 내는 고객을 처음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지만, 서비스는 결국 중단했습니다.
서비스를 지속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제가 혼자 유지할 수 없는 구조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프론트엔드를 전혀 할 줄 몰랐고, 그 영역을 동료에게 완전히 위임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합을 맞춘 적 없는 동료의 지속 가능성에 서비스 전체가 의존했고, 동료가 더 이상 참여하기 어려워지자 저 혼자서는 서비스를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제품의 비용 구조도 좋지 않았습니다. TreeLM은 사용자의 GPT나 Claude 구독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API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웹 서비스였습니다. 정작 저 자신도 이미 구독 토큰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지불하며 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음에 비슷한 서비스를 만든다면 사용자가 자신의 구독이나 로컬 환경을 활용하게 하고, 저는 UI와 워크플로에 대해서만 비용을 받는 방식을 우선 고려하려 합니다.
기술적인 비용 문제도 있었습니다. TreeLM은 컨텍스트가 트리 형태로 뻗어나가는 서비스였는데, 이런 구조에서는 K-V Cache를 효율적으로 재사용하기 어려웠습니다. 캐시 없이 긴 컨텍스트를 반복해서 처리하면 실제 대화 길이에 비해 사용량과 비용이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제품의 기능뿐 아니라 추론 비용 구조까지 설계 초기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동시에 회원제 콘텐츠와 기술 강의를 만들기 시작했고, 무료 컨설팅과 프로덕트 제작도 시도했습니다. 유튜브 구독자는 1만 1천 명까지 늘었고, 첫 기술 강의를 통해 550만 원 이상의 매출을 만들었습니다. 매출만 놓고 보면 TreeLM보다 훨씬 유의미한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제가 찾는 경제 엔진의 온전한 성공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4시간짜리 강의를 만드는 데 160시간 이상을 사용했습니다. 저는 누군가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식을 설계하는 일은 좋아하지만, 제 기준의 완성도를 맞추기 위해 반복되는 준비 작업은 때로 너무 따분하고 지속하기 어려웠습니다. 매출은 만들었지만 같은 방식으로 다음 강의를 계속 생산할 수 있는지는 확신하기 어려웠습니다.
강의를 판매하며 매출의 자릿수를 바꾸는 가장 큰 요인이 퀄리티나 브랜딩보다 시의성일 수 있다는 점도 느꼈습니다. 두 요소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지금 당장 배우고 싶어 하는 주제를 적절한 시점에 내놓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이는 강의 사업이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만드는 일뿐 아니라, 계속해서 시장의 시점을 맞혀야 하는 사업이라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강의 플랫폼의 역할에도 의문이 생겼습니다. 최소한의 오디언스를 이미 확보했다면 인프런 같은 플랫폼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지 확신하기 어려웠습니다. 플랫폼이 마케팅이나 B2B 매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판매자가 확인하기 어렵고, 플랫폼이 가져가는 30%~70%의 수수료는 직접 고객을 모을 수 있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클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직접 판매하거나, LLM과 함께 학습할 수 있는 파일과 도구의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을 우선 검토하려 합니다.